독서의 목적

독서의 목적


지금 책 한 권을 앞에 놓은 한 사람의 독자를 상상해보자. 독서가 성공하느냐 성공하지 못하느냐는 저진가 전달하려는 것을 독자가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책을 다 읽었을 때,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을 완전히 이해했느냐 못했느냐가 문제다. 알았다고는 생각해도 정보를 얻었을 뿐이지 정말로 깊은 이해에까지는 도달하지 못하는 수도 있을 것이다.


내용을 깊이 충분하게 이해하였을 때 비로소 저자와 독자의 정신이 만났다고 할 수 있다. 책의 내용이 독자에게 완전히 이해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즉, 다 읽고 나서 '모르는 곳도 있다' 고 하는 것이 확실한 때가 그렇다. 그러한 책에는 자기의 이해를 초월하는 그 무엇이 있어서, 그 무엇을 알기만 한다면 이해가 더 깊어질 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거기서,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설명을 구하건, 혹은 이해하기 를 포기하건 그것은 자유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독자가 그 책에 알맞는 '읽기'를 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자기의 이해를 초월하는 책을 읽을 때야말로, 읽는 이는 일체 외부로부터의 도움에 의지하지 말고 씌어진 글자만을 실마리로 하여 그 책과 맞붙지 않으면 안 된다. 읽는 이가 적극적으로 책 에 작용하여 '얕은 이해에서 보다 깊은 이해로 읽는 이 자신을 끌어올려가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고도로 숙련된 독서법이다.


읽는 이의 이해력이 시험당할 만한 책에 알맞는 독서법이다. 고도의 독자를 상대로 씌어진 난해한 책이야말로 그러한 적극적인독서법이 필요하며, 또 그러한 독서법의 가치가 있다.


독서에는 정보를 얻기 위한 독서와 이해를 깊이 하기 위한 독 서가 있다. 목적이 다른 두 종류의 독서는 처음부터 분명하게 구 별하여 생각할 필요가 있다. 목적이 두 가지가 있으므로 읽는 방 법도 마땅히 두 가지가 있어야 좋을 것이다.


하나는 신문 • 잡지와 같은 것을 읽는 경우인데, 이러한 것은 독자의 독서력이나 이해력에 따라 곧 내용을 이해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것은 정보의 양을 증가시켜줄 뿐이지 이해 를 깊이 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하나는, 전에 읽고서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에 다시 한 번 도전하는 경우다. 즉, 자기의 이해를 웃도는 책을 다시 읽음 으로써 독자는 이해를 깊게 하는 것이다.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한 독서는 어떤 경우에 필요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처음부터 독자와 필자의 '이해의 깊이에 차이가 있 는 경우이다. 이때 저자에게는 독자보다도 깊은 이해와 통찰이 있어, 그것을 독자에게 읽기 쉬운 형태로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독자 쪽도 이 차이를 어느 정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완전하게는 무리이겠지만 저자와의 격차를 좁힐 수 있으면 저자와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성립된다.


그런데, 사실은 정보의 양을 증가시키는 것이지만 통찰은 이해를 깊이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언제나 확실히 구별된다고만은 할 수 없다. 단순히 사실을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이해를 깊이 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정말로 이해를 깊이 하기 위한 독서 기 술이다. 그러한 독서 기술이 몸에 배게 되면 정보를 얻기 위한 독서의 문제도 대체로 해결되는 것이다.


그 밖에 오락을 위한 독서도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서는 그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것은 가장 부담이 적은 독서이며, 노력하지 않고도 글자만 읽을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라면 독서를 위한 규칙 따위가 특별히 필요 하지 않다.